서씨 집안 어르신의 얼굴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살기가 보였다. 그는 이 아이의 얼굴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게 보였다. 특히 자신의 어렸을 적과 비슷했다. 단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의 어렸을 적 얼굴을 몰랐을 뿐이지, 아니면 이 아이가 그의 딸이라는 걸 단번에 눈치챘을 테다. 얼굴의 불쾌함은 누가봐도 보였다. 선생님도 보였다. 그녀는 힘껏 어린 진희를 끌어당겼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이 선생님은 당장이라도 서진희를 때렸을 테다. 어린 애가 왜 이러는 거지? 서씨 집안 어르신은 차갑게 말했다. “놓아주세요, 저도 애가 뭐하고 싶은 건지 궁금하네요.” 그 순간, 서씨 집안 어르신은 결심했다. 만약 이 어린 아이가 자신을 감히 아빠라고 부른다면, 당장이라도 주희진 모녀를 먼 곳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그들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 하게 할 셈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서진희를 놓아줬을 때 어린 진희는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피아노 칠 줄 알아요. 제 피아노 소리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 기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아저씨께 한 번 들려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그 순간, 그는 마음이 흔들린 건가? 서씨 집안 어르신은 알 수 없었다. 그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거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꼬마 아가씨는 총총총 피아노 앞으로 가서 의자 위로 올라간 뒤, 작은 두 다리를 들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피아노 치는 모습은 꽤나 귀여워 보였다. 자신의 피아노 소리에 본인도 취해 있었고, 그러면서 또 진지했다. 왜냐면 엄마는 그녀에게 본인이 열심히 쳐서 진짜 몰두했을 때, 관중을 매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곡 내내 꼬마 아가씨는 몰두해 있었다. 한 곡이 끝났다. 꼬마 아가씨는 기쁘게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자랑스럽게 아빠에게 묻고싶었다. “저 잘치죠?” 그리고 그녀는 너무 자랑스럽게 아빠에게 말하고 싶었다. “
아니면 모녀를 제일 먼 곳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주희진은 바로 마음이 급해졌다. 먼 곳으로 가 버리면 아이가 교육을 따라가지도 못할뿐더러, 그녀의 병은 작은 도시에서 치료하기엔 어려웠다. 그녀는 바로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내일부터 유치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한 뒤, 아이를 새로운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 진희는 나중에 또 아빠를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 이후 한참 동안, 그녀는 아빠를 만나지 못 했다. 그녀는 많은 친구들의 아빠가 데리러 오는 모습을 종종 보았고, 여자 아이나 남자 아이들이 다 아빠의 목마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어린 진희는 그러지 못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부러움은 부러움이었고, 어린 희진은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의 엄마는 넘치는 사랑을 줬기 때문이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빠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대장부였다. 어린 진희는 아빠가 자랑스러웠다. 서진희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서씨 집안 어르신은 예전만큼의 생활비를 주었다. 하지만 주희진은 아이가 더 좋은 교육을 받길 바랐다. 그동안 그녀는 아이에게 모든걸 다 사주지 못해서 만약 학교라도 더 좋은 곳에 보내주지 못 한다면 더욱 아이에게 미안해지는 것 같았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주희진은 피아노 과외도 하고, 한가할 때는 갤러리에서 가서 일을 하면서 그림도 팔았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엄청 뛰어난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게 있었고, 특히 그녀가 매화를 그릴 때는 독보적인 풍격이 느껴졌다. 초등학교 6년동안, 서진희는 남성에서 제일 좋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피아노 연습도 열심히 해서 이제는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는 정도였다. 6년동안, 서진희는 성적도 우수했고, 말도
서진희는 고가령이라는 아이가 익숙해서 이 새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여하고 싶었던 거였다.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12살짜리 아이는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집에 돌아와서 특별히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학교에 어떤 친구가 생일 파티 와달라는데, 나 친구한테 성의 있는 선물 하나 주고 싶어.” 주희진은 듣고 기뻐했다. 자신은 이미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가 12살인데 자신이 아직까지 죽지 않은 이유는, 매달 몇 천만원이 넘는 약을 먹으면서 명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더 살 수 있으면 더 사는 거였다. 최대한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버티고 싶었다. 아직 6년이 남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6년은 버텨야 했다. 아이는 지금 친구 사귀는 법도 알고,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고 있었다. 이건 주희진이 바라던 거였다. 적어도 자신이 이 세상에 없을 때, 아이 혼자 외롭지 않을 테니 말이다. 딸이 이 얘기를 꺼낸 뒤로, 주희진은 딸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딸을 위해서 엄청 예쁜 드레스까지 준비하며, 딸이 친구들 앞에서 망신당하지 않길 바랐다. 주희진은 해외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그녀가 딸에게 골라준 옷은 우아하면서도 어리숙한 느낌이 있었고, 생일 선물도 매우 특별했다. 그건 그녀가 그린 매화였다. 그 그림에는, 꽃사슴도 몇 마리 있었다. 꽃사슴이 눈 위에서 뛰고 있는 그 모습은 참으로 귀여웠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는, 주희진이 남긴 멘트가 있었다. ‘친구야, 꼭 아름답고 건강해야해.’ 12살 진희는 친구에게 줄 선물을 매우 좋아했고, 엄마가 골라준 자신의 드레스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엄마는 그녀에게 차를 불러주었고, 그녀는 택시를 타고 친구 집 근처에 갔더니 친구가 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희진아, 무슨 선물이길래 포장이 이렇게 예뻐?” 12살인 고가령은 호기심에 물
너무 많은 원한을 품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스스로 많은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고가령 앞에서 그녀는 솔직하게 아빠가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고가령은 그녀를 이해했다. 이제 두 사람은 정말 친한 친구가 됐으니 말이다. 고가령은 강개하게 말했다. “괜찮아, 진희야. 넌 비록 널 사랑해줄 아빠가 없지만 난 우리 아빠가 날 사랑해주거든. 우리 아빠뿐만이 아니라, 우리 이모랑 이모부도 날 엄청 아껴주셔. 우리 이모랑 이모부한테 마침 딸이 없으니, 이따 이모부한테 말해서 널 딸로 삼으라고 할게. 이모부가사람이 엄청 좋으시거든.” 둘은 이 얘기를 하면서 코너를 돌고 있었다. 코너를 돈 순간, 서진희는 거대한 ‘서가네’를 보았다. ‘서가네’! 우연인가? 서진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침 이때, 고가령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진희야, 우리 이모부 가족도 서씨 거든, 마침 너랑 성이 똑같으니까, 이모부가 네 아빠하면 딱이다. 너 앞으로 아빠 생긴 거야.” “어......” 진희는 갑자기 벽에 기대어 배를 부여잡았다. “왜 그래 진희야?” 고가령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가령아, 나… 화장실 가야할 거 같아. 우선 너희 집에 안 갈래, 아니면 이런 모습 보이기엔 좀 우습잖아. 나… 우선 화장실 좀 찾고, 내가… 여기가 네 집인 거 알았으니까, 이따가 다시 올게.” 서진희는 도망가듯이 뛰어갔다. “진희야, 잊지 마 여긴 우리 집이 아니라 이모랑 이모부네 집이야. 우리 이모부 성이 서씨 거든. 너 이따가 올 때, 내 이름 말하고 들어오면 돼…” 서진희는 울면서 뛰어갔다. 그녀는 세상이 자신과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혼미한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고, 넋이 나간 모습을 보고 주희진이 물었다. “왜 그래 진희야? 친구 생일 파티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아온 거야?” “엄마… 나 드디어 가령이가 누군지 생각났어. 자꾸 익숙한 느낌이었거든. 꼭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났어. 걘
“아빠......” 서진희는 대담하게 불렀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서씨 집안 사모님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아… 네 이 계집년! 천한 것! 너였구나! 너였어!” 서진희는 놀라서 어디로 숨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놀라서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서씨 집안 사모님의 날카로운 손가락은 이미 서진희의 이마를 찔렀다. “너 이 천한 것! 너…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네 그 천한 엄마가 여기 오라고 보낸 거지!” “순진한 우리 가령이, 너 대체 우리 가령이를 어떻게 속였길래 애가 널 들어오게 만든 거야?” 서씨 집안 어르신은 분노한 눈으로 서진희를 보았다. “너… 너 정말 교양이 없구나! 너 어떻게 들어왔어? 누구야! 누가 널 이 집에 들인 거야?” “아빠, 제가 진희예요. 진희라고요, 제가 아빠 딸이잖아요, 방금은 제가 피아노 잘 쳤다고 칭찬해 주시지 않았어요?” 그녀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용감하게 자신의 아빠를 보았다. 그녀는 아빠가 매우 보고 싶었다. “아빠......” “꺼져!” 15-16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는 서진희를 바닥으로 발로 차버렸다. “누가 네 아빠야? 어디서 굴러 들어 온지도 모르는 이 잡종아! 당장 꺼져! 우리 집에서 꺼지라고!” 15-16살짜리 남자아이는 이미 어른만큼 키가 컸고, 그가 서진희를 발로 차니 진희는 아파서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 했다. 그녀는 놀라고 겁먹은 채로 모든 사람들을 보았다. 마지막엔 고가령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러나 고가령은 눈물을 머금고 서진희를 보았다. “서진희! 너 진짜 뻔뻔하다, 다 계획된 거였구나! 너 나 이용한 거지?” “가령아, 넌 내 베프잖아.” “바람난 엄마를 둔 너 같은 사람이랑 베프를 어떻게 해! 너 나랑 사실 오래전부터 친구하고 싶었지? 서진희 너 진짜 계산적이다! 너 꺼져, 지금 당장 우리 이모 집에서 나가! 이 뻔뻔한 애야!” 말을 하면서 고가령은 울었다. “내 생일인데! 내 생일도 다
하마터면 앞니도 빠질 뻔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를 미워하는 자신의 마음만은 알았다. 너무 너무 미웠다. 집에 돌아온 뒤, 서진희는 얼굴도 안 씻고, 엄마에게 달려가 화를 냈다. “왜! 엄마는 나를 왜 낳았어! 나 낳아서 뭐하려고!” “왜 그래 우리 딸, 무슨 일 있었어?” 주희진은 마음이 아파서 아이를 보았다. “넘어진 거야? 팔에 멍도 들고, 살도 까지고, 누가 너 때렸어?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다 혼내줄게!” “그 남자야! 내가 아빠라고 부르는 그 남자가 이렇게 만들었어!” 서진희는 차갑게 자신의 엄마를 보았다. 멈칫하다가 주희진은 맑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엄마!” “엄마 왜 그래, 엄마, 내가 미안해,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해 엄마…” 12살짜리 어린 아가씨는 무력하게 울었고, 그녀는 엄마의 머리를 안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누가 저희 엄마 좀 살려주세요…” 그때는 핸드폰도 없을 시절이었다. 12살짜리 아가씨는 울면서 소리치다가, 이렇게 하면 엄마의 목숨을 못 구할 걸 알고, 밖으로 뛰쳐나온 뒤 편의점에 가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10분 뒤, 병원에서 구급차가 왔다. 주희진의 운이 좋았어서 그녀가 병원에 입원한 그 기간에 심장을 기증하는 사람이 있었다. 마침 주희진 것과 딱 맞았다. 그래서, 주희진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이 일 때문에, 서진희는 1년동안 휴학을 하고 엄마를 보살피는데 전념했다. 1년 후, 엄마가 회복을 한 뒤, 그녀들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쫓아냄 하에 이사를 갔다. 서진희는 다른 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고, 영원히 서가네 대문에 들어오지 말라는 명을 받았다. 어느 날, 서진희는 밖에서 우연히 서씨 집안 사모님을 마주쳤고, 사모님은 그녀를 보자마자 욕을 했다. “계집년, 천한 것, 뻔뻔한 것, 왜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야.” 듣기 힘든 저 단어들을 15-16살짜리 소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서진희는 서가네 문 앞에 섰다. 두 명의 집사는 문지기처럼 서서 16살짜리 어린 아가씨를 보았다. “누구 찾아!” “사모님 찾으러 왔습니다.” 진희은 입술을 깨물며 굴욕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서가네에 오기 싫었지만, 엄마가 곧 죽을 테니 안 올 수가 없었다. “사모님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얼른 꺼져!” 집사는 아예 서진희를 더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서진희는 처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돌아가면, 엄마의 그 절망적인 눈빛을 봐야하는 거 아닌가? 16살짜리 진희는 문 앞에 쭈그려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저녁까지 기다리면, 어쩌면 혈연관계인 자신의 아빠인 남자가 돌아올 테니, 오늘까지 기다렸다가 안 오면, 내일 아침엔 적어도 누군가 나타나지 않을까? 진희는 문 앞에서 저녁 내내 기다렸다. 저녁 식사 시간, 서가네 차 한 대가 섰다. 차에서 서씨 집안 어르신과 사모님, 그리고 이 집 도련님과 진희의 친구 고가령이 내렸다. 고가령은 바로 서진희를 보았다. “너 이 천한 것! 왜 또 우리 이모랑 이모부 집 앞까지 찾아온 거야?” 서씨 집안 어르신은 서진희를 노려본 뒤 뒤돌아 집사에게 되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집사는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선생님, 제가 쫓아냈어서 간 줄 알았는데, 여기 이렇게 숨어있을 줄은 몰랐어요.” 서씨 집안 어르신은 서진희 앞으로 걸어왔다. “너가 여기 하루종일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너 집으로 돌려보낼 거야! 니네한테 필요한 생활비도 다 줬어! 너 다시 우리 집 앞에 나타나면 네 목숨까지 가져갈 거야!” 서진희는 눈물을 머금고 친 아빠를 보았다. 그녀는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굴욕적이었다. 엄마가 말했던 것처럼 될까? 나중에 엄마가 죽으면, 그녀가 당당하게 서가네에 들어올 수 있을까? 서가네 아가씨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녀
그녀는 자신이 피를 토할까 봐 무서웠다. 그녀는 아직 보살펴야 할 엄마가 있어서 죽을 수 없었다. 그녀가 죽으면 엄마는 어떡하란 말인가? 16짜리 아이는 그렇게 비릿한 피를 생으로 삼켰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나약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곧 죽어요, 그래서 죽기 전에…. 사모님을 꼭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엄마가… 사모님의 일찍 돌아가신 딸과 관련된 일이라고, 엄마가 한번 오시래요.” 서씨 집안 사모님은 듣자마자 굳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저희 엄마가 사모님께 직접 오시라고 했어요.” 그리고 서진희는 바로 달려갔다. 그녀는 달려가지 않으면 피를 토할 것 같았다. 그녀는 서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토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비웃을까 봐 두려웠고, 그녀의 나약함을 건드려서 더 괴롭힐 것만 같았다. 그 날 저녁, 그녀는 집에 가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맞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저녁, 서진희는 춥고 또 아프고, 자신의 명치가 불에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어딜 가야 할지 몰랐다. 그저 어둠속에서 풀더미 하나가 보였다. 그녀는 푹신해 보이길래 그 풀더미 위에 엎드렸다. 서서히 그녀는 자신이 기절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의식을 되찾았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 그녀의 눈 앞엔 중년부부가 있었다. “얘야, 일어났니?” 여자가 물었다. 서진희는 자신이 어딨는지 몰라서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봤다. 여긴 흙으로 만들어진 집이었고, 집안은 매우 낡아 있어 자신과 엄마가 사는 집보다 더 낡았다. “혹시… 여기가 어딘가요?” 서진희가 물었다. 이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여긴 교외야, 우리는 여기 농사 짓는 사람들이고. 얘야, 다친 거 같은데, 누구한테 맞았니? 엄마 아빠는? 신고는 했어? 우리가 집까지 데려다줄까?” 서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또 고개를 저었다. “아…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갈 수 있어요.”